고운
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처럼 저는 느린 삶을 지향합니다.
나무는 그 자체로 시간을 품고 있는 소재입니다. 결 하나하나에 새겨진 흔적, 옹이, 색의 층위는 나무가 살아온 세월의 숨결이자 사람에게는 따뜻하고 편안한 감촉으로 다가옵니다.
저는 나무를 해체하고, 다시 조립하여 가구라는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합니다.
그 과정에서 남겨진 작은 나무조각들은 쓸모없다 여겨져 버려지거나, 언젠가 쓰일 날을 기다리며
조용히 쌓여만 가는 조각들 역시 결국 나무가 품은 시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.
그 조각들도 귀하게 여기고, 그들의 쓰임을 다시 찾아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.
버려지는 조각 안에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, 그것이 제가 가구를 만드는 이유입니다.